디지털시대의 군중, 관객의 고독한 방백 - alice on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잘 빚은 비스크인형처럼, 말갛고 깨끗하지만 창백한 낯빛의 인물들이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망막에는 하나같이 네모난 빛덩어리가 어려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모니터 화면이다. 그들은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헤매고 있거나, 인기 드라마, 영화를 들여다보고 있거나, 그 외에도 다른 목적으로 화면 속 세계에 몰입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찬란한 빛이 담겨 있는 상자를 열었을 때처럼, 화면이 내뿜는 빛은 그들의 얼굴을 밝게 비춘다. 이 빛은 얼굴 표면 뿐 아니라, 머리속에도 밝은 ‘지식’의 세례를 내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작가는 인공적인 빛 속에서 일상을 꾸려가는 창백한 현대인의 은유인 것처럼도 보이는 이 작업들을, 그들이 실제 바라보고 있던 화면과 동일한 크기의 사진으로 제작하여 전시장에 설치하였다. 이러한 장치를 통하여 작가는 세계를 바라보는 인물을 또 다시 사진이미지 속에 담는 중층구조를 만듦으로써 이미지과 실체의 미묘하고 난해한 경계에 대해 1차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면, 그 곳에는 108명의 관객이 줄지어 앉아있는 3면의 스크린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작은 무대가 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자는 그 무대 위에 올라선 채 영상을 바라보도록 되어 있다. 스크린 속 관객 가운데 한두명, 또는 세명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이야기한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한다기보다 일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 중이다. 간간히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 상대방의 이야기에 응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는 복잡하게 얽히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설전을 벌이는 것도 같다. 하지만 실은 각자가 다른 시간, 다른 공간 속에서 늘어놓은 이야기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편집, 재구성된 것이다. 관객이면서 동시에 배우로서, 화면에서 클로즈업되는 인물들 뒤쪽으로는 일군의 관객이 도열하여 앉아 있는데, 이들은 모두 동일한 타이밍에 동일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관객=배우의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이기도 하고, 먼 곳 어딘가를 함께 바라보기도 하고, 함께 박수를 치기도 한다. 그러나 동일한 시간과 공간속에서 동일한 경험을 하고, 그에 대해 동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은 이들도 사실은 작가가 한명 한명을 따로 촬영한 뒤 편집, 구성하여 관객으로 연출한 것이다. 스크린 속의 그들은 다른 시공간속에서 다른 상황에 리액션하고 있던 와중 인위적으로 차출되어, 가상적으로 모인 관객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기술적 통제 속에서 한 자리에 모여 앉은 관람자로 가시화된다. 서로 분절된 조각들이 하나의 시공간속에 합성되어 들어오면서 일종의 가상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관객은 군중의 다양한 행동양태 가운데 ‘관중행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무엇인가를 관람하기 위해 특정 장소에 의도적으로 모인 이들의 행동방식은 대개 사회적 관습에 기반하여 규정되어 있다. 연극이 끝나면 박수를 치고 환호하거나, 관람 중에는 떠들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등이 규정된 행동양식이다. 이 가상의 관객들은 작가의 합성, 편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행동을 강력하게 조율, 통제받는다. 이 상황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판옵티콘 작동가능성을 암시한다.



관객의 합성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속에서의 군중, 대중의 양상에 대한 상징적 장치다. 존재하지 않는 공간, 존재하지 않는 관계를 믿게 할 만한 장치로서 합성은 서로 다른 맥락 속에 놓여 있던 인물들을 ‘이미지’로 병치시켜버린다. 108명의 관객은 서로의 존재를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주변 사람들과 동일한 행동을 하고 있다.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통제 속에 행동을 규제받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관객의 존재양태는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등장하면서 더 이상 물리적 광장에 나서서, 물리적으로 인접한 거리에서 하나의 집합체를 이루고 행동하는 이들만이 군중이 아니라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지리적 접근성은 어려울지라도 오늘의 사회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의 이번 작품이 이전에 군중에 대하여 다루던 작업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디지털미디어시대에 군중의 확연히 달라진 존재방식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실체와 환영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일 것이다.

관객은 연극이라는 상황 속에서 수동적 객체다. 대개 ‘방백’은 그와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배우들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다. 다만, 무대바깥에 있는 관객들하고만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연극적 장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방백을 하는 이는 다름 아닌 관객=배우다. 이 방백을 통하여 관객은 극의 주체로 나서는 듯하다. 그런데 실제 이 작품에서 관객=배우와 함께 스크린 속에 존재하는 관객들은 이 방백을 들을 수 없다. 그들이 관객=배우와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가상의 이미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관객=배우의 방백은 이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객(이자 스크린 앞에 설치된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만이 들을 수 있다. 스크린 속에서 설정된 관객=배우와 관객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애초에 단절되어 있었던 것이며, 이 관객=배우의 방백이 전달되는 곳은, 완전한 외부다.



이 작업이 가지고 있는 장치 가운데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관객의 방백 내용이다. 그들은 자기자신을 미술품을 창작하는 ‘작가’라고 상정하고 여러 질문에 대하여 작가로서 답변하고 있다. 그들은, 가짜이지만, 진짜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진짜의 상황을 상상하여 꾸며낸다. 그 순간, 관객은 배우가 되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것이므로, 결국 무대는 허구적 공간, 가상현실이다.

어떤 작업을 하고 어떤 자세를 견지하는 작가인가 하는 기본적인 질문 이외에도 사람들이 자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지,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정도에 대한 고민, 예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만족도 등, 작가라면 한 번 쯤 생각해보고 논의해보았을 법한 문제들을 작가를 가장한 사람들이 고민하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매우 그럴 듯하다. 결국, 작가라는 이들이 인간 이외의 특별한 ‘종’이 아닌 다음에야,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일들 역시 보편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에둘러 보여주고 있는 것도 같다.

이번 작업의 ‘반전’은 미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로서 가능한 고민들, 나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유사한 고민과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자기 확인 의 과정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던 미술인들은, 그들이 ‘가짜 작가’라는 사실을 안 순간 대개의 경우 당황한다. ‘비미술인’의 입을 통해 한 사회에 퍼져 있는 ‘작가’에 대한 허상과 실체를 탐구해본 이 장치가 도달하는 곳은 결국, 미술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이미지와 그 실체 사이에는 별 간극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기막힌 결론은 아닐까.

실제, 동일한 시공간에 공존하는 존재들 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존재하는 방백은, 결국, 소통의 기제가 누구를 향해, 어디를 향해 작용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 작업 속에서, 고독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방백을 던지고 있는 이는 결국, 관객이 아니라 작가 자신인 것이며, 작가는 그 존재상황의 부조리 속에서도 끊임없이 소통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글. 김지연 (가나아트센터 전시팀장, edges@naver.com)

by mioon | 2008/04/03 23:55 | text about MIOON | 트랙백 | 덧글(0)

핑크프로젝트 #3 - EXHIBITION - MEDIA ARTIST “MIOON”

핑크프로젝트 #3 - EXHIBITION - MEDIA ARTIST “MIOON” Copy url
PINK 2008.03.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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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EXHIBITION  -  MEDIA ARTIST “MIOON”

전시명:  미디어 아티스트  (MIOON)의 ‘소리의 소통’

일정 : 44 – 425 

장소 : 학동역 IWS  ( Inter Wired The Studio )

소리의 소통 : 전시내용

"소리의 소통"이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는 미디어 인터렉티브

 아티스트  (Mioon)  irivier37..2℃ PINK 캠페인이 만나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irivier는 소리 즉, 음악과 영상을 소비자들에게 간편하게, 재미있게, 그리고 일상

생활에 멋지게 녹아들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하였다면, 뮌은 대중들에게 소리와

영상을 해서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마음안에서 소리의 파장이 일어날

수 있는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전시 곳곳에서 관람객들의 소리와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영상,

 그리고 영상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시각의 변화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기업과 아티스트가 소리 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서,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iriver2008년 첫 문화 감성 캠페인의 시작입니다. 


by mioon | 2008/03/25 23:42 | text about MIOON | 트랙백 | 덧글(0)

east_bridge___Interview

Mioon

Mioon

Interview:  Mioon (MIN KIM & MOON CHOI)
Medium: New media, Installation, Moving Images, and Photography
Contact: mioon@naver.com
Homepage: http://www.mioon.net/

The EAST Bridge recently met Mioon, who was busy
preparing for their upcoming solo-exhibition at Gana Forum
Space starting from the 25th of February. We discussed
Mioon’s present situation and works.

EB: Please give us a brief introduction of yourselves.
Mioon: ‘Mioon’ is a compound word of the participating
artists’ names, MIN KIM and MOON CHOI. We have worked
together in Germany and Korea since 2001. KIM studied
sculpture and fine art respectively in Korea and Germany,
while CHOI studied civil engineering and photography. We
first met in Germany as exchange students and had known
each other for several years before starting to work together.
The more we got to know each other, the more we realized
how many similar concerns we shared. At the start of our
cooperative work, KIM usually worked on sculpture, while
CHOI worked on photography and moving images. At the
present, we have expanded our working area into visual
images and interactive installations.

EB:Tell me some about the difference between the
viewing of a society versus a subject.

Mioon: It is basically an eye looking towards society.
We talked a lot about social systems in Germany and Korea
as overseas exchange students. Also, we often discussed
works that analyzed media and society like many other
collaborative groups. Our work usually addreses society in
general or the small society formed by the two of us
working together. 

EB:Please explain of your early works.
Mioon: We did a single channel visual project, titled
‘We’ in 2001. The project was shot in a small theater
containing just a hundred chairs. They seemed to be
a card section in an animated form We were referencing
the Korean group mentality and collectivism. At that point,
we tended to participate in events like film festivals rather
than exhibitions in galleries.

EB:We heard you would have a solo-exhibition coming
 up in February. Tell us about it.
Mioon: Right. The exhibition will be open at Gana Forum
Space from the 25th of February.  We started working on
this idea last May, so we are finally looking forward to
finishing the project.  This exhibition also focuses on the
concept of the ‘crowd’ like the last one. The crowd in present
society has changed a lot from the past. In the past, the crowd
was closer to an actual crowd of people, while nowadays the
idea of a crowd often refers to the online or cyber-community. 
Internet surfuing is separate from physical space and time and
creates diverse discourses and criticisms, which
are formed by
a series of clicks of the mouse and words appearing on the
screen. The title of the exhibition is “An Aside of Audiences.”
The space will be presented as a theater stage enclosed by
an audience on three sides. The play will show the image of
the present crowd socializing through a network that is
actually an aside.

EB:Do you have any difficulties during working as a team?
Mioon: It is not that difficult to settle an idea and work out a
concept. However, it sometimes takes time to modulate
between different styles of expression at the final step of
the process. It seems like we require a longer time to work
compared to other collaborative teams for we present our
work as a single person rather than dividing the work into
the two.

EB:Can you give us some thoughts about media art in Korea
from the perspective of a new media artist working in both
Korea and Germany?
Mioon: The history of the Korean art scene is very short. It is true
that the Korean art market has progressed very fast and has
diversified, but it also retains its other side at the same time.
In particular, Korean “Media Art” was advanced by a few artists
in the late 90s, but many young groups of artists joined the media
art movement in early 2000. At the present, it has declined again.
We hope to see them to pursue a certain harmony among the
individual subjects of their work, concepts, and materials rather
than merely creating the work as part of a trend.

EB:Please talk about the work, ‘Visible City’ shown in the
Kumho Museum of Art in 2007.
Mioon: It was a work completed during an exchange residency in
France last year. We had to prepare for exhibitions in three cities;
Germany, France and Korea.  Therefore, we used light materials like
snack boxes that made it possible to convey our ideas through the
proper scale. ‘Visible City’ exposes the desires of the consumer. We
made an artificial city that is representative of consumerism. The
audiences strolling between the buildings become unrealistically gigantic
when they are viewed through CCTV installed throughout the work.

EB:What are your plans for the year 2008?


Mioon: It won’t be much different from 2007. After our solo exhibition
and finishing the work for ‘Media City Seoul’ in September, we plan to
travel to Germany for a short term for a media exhibition held in May.
I guess, like most people, we are just striving for the wisdom to find
out what real happiness really is.










by mioon | 2008/03/06 00:02 | text about MIOON | 트랙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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